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카프카와 그래픽 노블에 관심이 있는 여러분들을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저는 독일 문학, 문학과 미디어, 그리고 그래픽 노블에 대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고요, 독일에서는 니콜라스 말러의 그래픽 노블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평소에 문학과 그림, 또 글과 그림의 다양한 관계 방식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요, 그래픽 노블, 만화, 일러스트와 문학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카프카의 소설들은 그래픽 노블로 출간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유가 무엇인가요?
카프카의 작품은 실제로 그래픽 노블, 만화를 비롯해서 영화, 연극, 뮤지컬 등의 형식을 통해서 여전히 이 시대에도 사랑받고 있는데요, 카프카의 작품을 수용한 그래픽 노블은 독일어권뿐 아니라 미국의 로보트 크럼(Robert Crumb)과 피터 쿠퍼(Peter Cooper), 그리고 프랑스의 에릭 코베이란(Eric Corbeyran)처럼 다양한 나라의 만화가들에 의해 남겨졌습니다. 카프카는 ‘변신’을 포함해서 가장 많이 이미지로 형상화된 작품의 작가라고 볼 수 있는데요, 정작 카프카 자신은 ‘변신’에 등장하는 벌레는 절대로 그려져서는 안 된다고 일러스트 화가에게 신신당부한 적이 있지만 말이에요.
카프카 작품이 그래픽 노블을 포함해서 이렇게 다양한 예술의 형태로 수용될 수 있는 이유는 카프카 텍스트의 여백에 있다고 봅니다. ‘여백’이라는 표현으로 말씀드린 이유는 카프카의 글은 논리적이기보다는 비유적이고, 분석적 요소보다는 직관적 이미지로 우리 앞에 하나의 단상으로 소환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카프카 작품 세계에 나타나는 세상의 불가해성은 설명할 수도 없고 또 논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카프카 텍스트의 여백으로 남게 되는데요, 이 여백이 많은 그래픽 노블 작가들에게 영감을 준 이유가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카프카 텍스트의 여백이 주는 수많은 해석 가능성은 그래픽 노블 작가들에게도 그들의 해석을 그림 이미지를 통해서 표현하게 합니다. 카프카 작품에 대해서 독후 감상문이든 학술논문이든 글의 형태로 수많은 작품 해석이 이루어진 것처럼, 그래픽 노블의 작가들도 카프카의 독자로서 작품 해석을 시각 이미지를 매개로 하여 하나의 창작물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카프카 관련 그래픽 노블 중에 왜 니콜라스 말러(Nicolas Mahler)의 만화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게 되었나요?
네, 우선 니콜라스 말러(Nicolas Mahler)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 주셔서 굉장히 반갑게 생각합니다. 저의 연구 프로젝트도 독일어권 그래픽 노블을 주제로 진행 중입니다. 그중에서 저는 오스트리아 만화가인 니콜라스 말러의 문학 수용 작을 중점적으로 연구를 하고 있는데요, 말러의 작품 중에서 제가 처음 국내에 소개한 작품은 ‘프란츠 카프카의 논스톱 폭소기(Franz Kafkas nonstop Lachmaschine)’라는 작품인데요, 만화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과 편견에 대해서 만화가 자신이 자전적인 경험을 에피소드로 굉장히 재치 있게 그려낸 작품이라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왜 카프카 이름이 폭소기에 들어가 있는지 궁금하시죠? 그 에피소드를 보면 사람들이 ‘카프카(Kafka)’와 만화가 ‘카우카(Kauka)’를 헷갈리는 웃지 못할 혼동과 관계가 있습니다. 특히 만화의 예술성, 하이 컬처와 서브컬처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편견이 중요한 테마가 되는데요, 만화가 말러 자신이 반복적으로 겪는 만화에 대한 편견과 사회적 낙인에 대해서 위트 있게 그려낸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라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잠깐!
만화책은 저급한 문화인가?
만화책은 문학으로 분류될 수 없는가?
하이 컬처의 대표주자 중 한 명인 대문호 카프카. 그리고 그와 이름이 유사하지만 서브컬처로 치부되는 만화가 카우카 그들 사이에는 얼마나 많은 접점이 존재하는가?
카프카와 카우카,
두 사람의 이름을 헷갈려 하며 시작되는 이 만화책에서 니콜라스 말러는 만화에 관한 사회적 편견과 만화가의 삶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재치 있게 표현했다. 특히 만화에 관한 편견을 만화 형식으로 표현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저도 이러한 만화의 예술성, 문학과 만화, 하이 컬처와 서브컬처라는 주제에 대한 말러의 관점이 흥미로워서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만화는 교육에 해롭고 저급하고 천박하며 통속적인 오락물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형성하게 되었는지 문화사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이 저의 연구의 한 관점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저는 만화의 현재에 대해서 다루고 있고요, 사회적인 인식과 만화의 앞으로의 방향성을 주요한 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카프카는 글 작가가 되기에 앞서 화가를 꿈꾸던 사람입니다. 카프카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책을 추천해 주세요.
네, 카프카는 실제로 상당수의 드로잉을 남겼고, 그의 그림은 그의 친구이자 카프카의 유고를 편집한 편집자이기도 한 막스 브로트(Max Brod)를 통해서 잘 알려져 있는데요, 막스 브로트는 카프카가 자기가 죽으면 자기 원고를 모두 태워버리라는 유언을 남겼는데 유언을 안 지킨 친구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막스 브로트가 카프카의 유언을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날 카프카의 작품을 여전히 볼 수 있는 것이지요. 막스 브로트는 카프카가 어린 시절에 가졌던 미술 또 미술사에 대한 깊은 관심, 그리고 카프카가 그렸던 드로잉에 대해서 여러 가지 기록을 남겼는데요. 최근 2021년 뮌헨 C.H.Beck 출판사에서 카프카의 드로잉을 모은 전집을 발간되기도 했습니다. 이 전집은 카프카의 미술에 대한 관심뿐만이 아니라 카프카가 남긴 상반수의 드로잉이 편집된 중요한 자료입니다. 그래서 카프카의 드로잉에 관심이 있으신 분께는 이 전집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카프카의 최고 한 문장은 무엇인가요? 또한 카프카를 아직 접하지 않은 미래의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라는 문장입니다. 이 문장은 카프카가 1904년 오스카 폴락(Oskar Pollak)에게 보낸 편지에서 언급된 것인데요, 편지의 일부를 읽어 드리겠습니다. “책을 읽어 행복해질 수 있다면 책이 없어도 마찬가지로 행복할 거야. 그리고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 책이라면 아쉬운 대로 내가 써볼 수도 있겠지. 그러나 우리가 필요로 하는 책은 우리를 몹시 고통스럽게 하는 불행처럼, 자기보다 더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처럼, 자살처럼 다가오는 책이어야 해.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해.”라고 카프카는 폴락에게 쓰고 있습니다.
물론 즐거움을 위해서 문학을 가까이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도끼와 같은 것으로서 문학은 우리가 날것으로서 우리 삶의 모습을 직면하게 하고, 우리 자신을 스스로 바라보게 만들며, 굳어진 삶에 대한 시각을 바꾸고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카프카 문학의 시의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카프카의 사후 100주년이 되는 올해, 여러분께 카프카 작품의 일독을 이런 의미에서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