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대화속에서의 카프카

주한독일문화원 도서관 주은혜 프로젝트매니저가 카프카의 작품을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팁을 공유합니다. 또한 카프카 사후 100주년 기념 행사와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하고, 도서관 소장자료 중 카프카 관련 추천도서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주한독일문화원 도서관  카프카 사후 100주년 기념 프로그램 © 주한독일문화원/Leslie Klatte

자기소개 및 주한독일문화원 도서관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주한독일문화원 도서관의 행사와 번역지원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프로젝트 매니저 주은혜입니다. 본원 도서관에서는 다른 도서관과 달리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독일 현대문학, 독일어로 번역된 한국문학, 독일 관련 사진집들, 사진학, 건축학, 예술 관련 도서들과 코믹, 어린이∙청소년 문학, 독일어 교재 등을 접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도서관은 독일어를 배우는 수강생들이 애용하고 있지만, 수강생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남산 뷰를 즐기며 식물들 사이에서 공부하거나, 편안하게 소파에서 앉아서 독서의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요즘 어떻게 하면 방문객들이 독일 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주한독일문화원 도서관 © 주한독일문화원/Leslie Klatte

올해 6월 3일이 프란츠 카프카 사후 100주년인데요, 카프카에 대해 새롭게 배울 수 있는 점들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올해 카프카 사후 100주년을 기념하여 카프카를 다시 한번 읽어보고 새롭게 알아갈 수 있는 여러 행사를 계획했습니다. 첫 번째 행사는 오스트리아 만화가 니콜라스 말러 작가의 <Komplett Kafka>라는 코믹을 토대로 한 일러스트레이션 특별 전시 <카프카의 모든 것 Komplett Kafka>입니다. 5월 27일부터 6월 29일까지 도서관과 문화원 곳곳에서 그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는 카프카의 소설뿐만 아니라 연극이나 영화도 조금 알려졌지만, 그래픽 노블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아요. 카프카의 소설들이 유럽에서 가장 많이 만화화된 문학작품 중 하나인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그림으로 카프카의 소설들을 표현한 작품들이 거의 없죠. 하지만 카프카의 작품은 비유와 상징이 많아서 그림 작가들이 재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소설 <변신>에서 그레고르의 집에 하숙하는 3명의 신사는 수염이 난 나이 든 사람들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어떤 이미지로 해석되는지는 읽은 독자의 상상에 맡길 수밖에 없죠. 하지만 그림작가 또는 일러스트레이터는 그림을 통해 표현했기 때문에 독자들이 더욱 느끼는 바가 클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전시를 통해 알려지지 않은 카프카의 여러 면을 다시 한번 알아갈 수 있습니다. 특히 카프카의 일상을 다루고 있는 전시이기 때문에 카프카가 본인의 외모나 옷차림도 의식했었다는 사실, 자기 죽음을 앞두고 몇몇 글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태워 달라고 부탁했다는 점, 스스로 만족스럽게 평가했던 작품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 사람들이 아직 잘 모르는 카프카의 다른 면에 관해 알아보는 시간이 될 거라 예상합니다. 조금 더 덧붙여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을 것 같은 우울한 이미지의 카프카가 영화관에 즐겨 갔다는 사실까지 말이죠. 본원 도서관에서는 특별 전시를 보실 수 있을 뿐 아니라 원작인 <Komplett Kafka> 코믹과 다양한 카프카 관련 그래픽 노블 및 소설을 보실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프란츠 카프카에 대해 좀 더 심도 있게 알아가기 위해 여러 카프카 전문가를 모셔 강연 시리즈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카프카가 생전에 단 두 번의 공개 낭독회를 가졌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그는 <유형지에서>와 <시골 의사>를 직접 낭독했었는데요. 우리는 이번 낭독회를 위해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시대에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유형지에서>를 선택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외의 다양한 글들이 2024년 6월 14일에 한국을 대표하는 출판사 중 하나인 민음사의 해외문학 이정화 편집장의 사회를 중심으로 다섯 명의 낭독자에 의해 낭독될 예정입니다. -소설가 이혁진 (자칼과 아랍인), 번역가 전영애 (법 앞에서), 시인 박참새 (불행하다는 것), 큐레이터 김현주 (사냥꾼 그라쿠스), 팟캐스터 김하나 (유형지에서).-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카프카의 글들과 낭독회의 분위기 그리고 그 당시 카프카의 청중들이 느꼈을 기분(특히 충격)을 같이 한번 경험해 보시면 어떨까요?

2024년 6월 18일 주한독일문화원 도서관에서 현 한국카프카학괴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인천대학교 목승숙 교수가 강연 ‘카프카 새롭게 조명하기’를 통해 카프카적인 것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해줄 예정입니다. 이어서 6월 25일에는 김성화 교수의 사회와 연사인 니콜라스 말러(오스트리아 만화작가, 일러스트레이터)와 레나타 푸치코바(체코 일러스트레이터)의 강연을 통해 ‘카프카와 그래픽 노블’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림을 통해 카프카의 인생과 작품들을 재해석한 과정을 보여줄 것입니다. 

카프카 행사 © 주한독일문화원/Leslie Klatte

이번 행사들이 니콜라스 말러의 특별 전시에서 보여지는 일러스트레이션뿐만 아니라, 그래픽 노블 등 이미지화된 카프카 콘텐츠들이 많은데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프란츠 카프카는 자화상 또는 어머니와 같은 인물 스케치뿐만 아니라 여러 드로잉들을 남겼는데요, 심지어 자기 약혼녀 펠리체 바우어(Felice Bauer)에게 “제 그림이 어떤가요? 그대여, 한때 나는 위대한 도안가였습니다.”라고 편지에서 자랑했었습니다. 그리고 편지에서 어떤 장면을 글로 표현할 수가 없어 직접 그림을 그려 펠리체 바우어에게 보냅니다. (1913년 2월 11일, 12일 편지에서) 그만큼 카프카에게는 활자뿐만 아니라 그림도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었습니다. 카프카의 소설들, 특히 단편들을 보면 굉장히 추상적이며 비유와 상징 그리고 생각할 여지를 주는 글들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셰익스피어와 함께 가장 많이 논의되어 왔고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되어 왔으며 여러 매체(영화, 연극, 뮤지컬, 그림 등)를 통해 재현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생애와 소설들이 그래픽 노블로 자주 재해석되어 소개되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매체로 수용되었을 때 중요한 것은 얼마나 원작에 충실했냐가 아닙니다. 카프카의 글들을 그래픽 노블이라는 매체로 수용했을 때도 이는 단순히 카프카의 글에 삽화 그림을 넣은 게 아니라 작가나 일러스트레이터의 시대적 또는 개인적 해석에 따라 새로운 창조, 즉 그래픽 노블마다 이야기의 전개 방식과 그림들이 다르게 재현되었으며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카프카 도서 선택 © 주한독일문화원/Leslie Klatte

예를 들어 카프카의 소설들에서는 처음부터 배경 설명 없이 바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배경을 새롭게 창조하여 형상화하는 것은 그래픽 노블의 저자와 일러스트레이터의 일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이러한 시도를 많이 볼 수 있는데요, 한국에서는 아직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서 꼭 한번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래픽 노블뿐만 아니라 도서관의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그의 작품들을 다시 읽고, 듣고, 보고 그의 작품뿐만 아니라 그의 생애를 다양한 시선으로 다시 해석할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번 카프카 사후 100주년 프로그램들을 준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또 플레이모빌 피규어들을 통해 카프카의 작품들을 재현한 ‘Sommers Weltliteratur to go (썸머씨의 세계문학 테이크아웃)’의 영상들도 꼭 한번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카프카의 작품들이 너무 난해하고 어렵고 어떤 경우 너무 길다는 선입견 때문에 쉽게 그의 작품들을 접하지 못하셨다면 썸머씨의 플레이모빌 연극을 통해 카프카의 글들이 이렇게 쉽게 그리고 유머 있게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물론 아주 즐거운 의미의 유머는 아니지만, 이 영상을 보고 여러분들도 카프카의 작품을 자기의 관점과 방식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그렇다면 도서관에서 볼 수 있는 카프카 관련 도서 중 어떤 도서를 추천하시나요?

가장 먼저 프란츠 카프카의 생애와 주요 작품들을 다루고 있는 데이비스 제인 메어로위츠(David Zane Mairowitz)와 로버트 크럼(Robert Crumb)의 <Kafka>, 그리고 니콜라스 말러(Nicolas Mahler)의 <Komplett Kafka>, 라데크 말리(Malý Radek)와 레나타 푸치코바(Fučíková Renáta)의 <프란츠 카프카: 알려진 혹은 비밀스러운>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카프카 추천 도서 © 주한독일문화원/Leslie Klatte


일단 세 편 모두 글보다는 그림에 중심을 두는 그래픽 노블 또는 그림책인데요. 미국, 오스트리아, 체코 작가들이 어떻게 카프카의 삶과 글들을 해석하고 표현했는지 비교하면서 보실 수 있습니다. 참고로 영어 원작 <Kafka>는 당시 프라하의 시대적 배경과 유대교를 조금 더 상세하게 소개해 주며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카프카스러운 스타일과 이미지로 다큐멘터리 형태에 가깝게 재현했으며, <Komplett Kafka>는 단순한 그림체와 압축적으로 그렇지만 재치 있게 귀여운 코믹 스타일로 표현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좀 더 직관적인 방법으로 내용전달이 빠르게 되기도 합니다. 또한 이러한 니콜라스 말러의 그림체가 카프카의 유명한 드로잉들과 가장 비슷하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프란츠 카프카: 알려진 혹은 비밀스러운>에서는 카프카를 이해하는데 절대 빠질 수 없는 프라하의 모습과 카프카의 기이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예술적으로 표현한 삽화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 소개할 책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Das Schloss, 성>입니다. 소설을 읽기 전에 먼저 데이비스 제인 메어로위츠(David Zane Mairowitz)와 야로미어 99(Jaromir 99)의 그래픽 노블 버전을 한번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러면 글자와 이미지를 통해 표현된 내용이 어떻게 다른지를 한번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그래픽 노블의 경우 단순히 카프카 글에 삽화를 추가한 것이 아닌 그래픽 노블 저자와 일러스트레이터의 재해석과 창조에 따라 소설의 내용이 다르게 해석되며 형상화된 것을 보실 수 있으며 그래픽 노블 특유의 서사 방식을 통해 시각적 상상력을 자극하며 글자와는 다르게 내용을 확장할 수 있는 여지를 줍니다
 

<Das Schloss, 성> © 주한독일문화원/Leslie Klatte

예를 들어 그래픽 노블의 말풍선을 통해 등장인물의 대화들이 더 압축적이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등장인물들을 다의적으로 분석하며 더 생각할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흑백으로만 그려진 <Das Schloss, 성>에서 주인공 K가 느꼈을 온통 눈에 덮여 제대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타지에서의 낯섦과 이 마을 외에 더 이상의 세상이 존재하지 않은 것 같은 기분, 개인과 개인이 아닌 거대한 공동체 또는 인간이 아닌 환상적인 존재에 의해 하염없이 막히고 부딪히고 익명의 타인과의 의미 없는 소통에서의 답답함을 더욱 선명하게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이렇듯 현실과 비현실의 교차 장면, 꿈같은 장면들을 표현한 카프카의 글은 그래픽 노블의 형식을 통해 더 잘 표현됩니다.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들은 종교적, 문학적, 철학적, 정신 분석학적 등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이 가능하며 그의 시대를 초월하여 오늘날의 독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위대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카프카 사후 100주년을 맞아 여러분들도 카프카의 문학뿐 아니라 그래픽 노블로 표현된 작품들을 접해보는 건 어떠세요? 더 나아가 자신만의 관점으로 카프카를 재해석해 보길 추천합니다.
 

주한독일문화원 SNS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