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음모론: 추종자들과 영향력

1980년대와 1990년대 일본에서 퍼진 현대 음모론은 서구의 음모론과 일본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극단적인 좌파와 우파의 정치 성향이 결합된 것인데, 이런 음모론은 혁명적인 성향을 가진 음모론자들에 의해 퍼졌습니다.

2011년 일본에서 발생한 쓰나미 재해의 그림. © Yukari Mishima

2020년 11월, 자칭 큐어넌(QAnon)의 일본 지부라는 제이어넌(JAnon)의 추종자 수백 명이 도쿄 거리로 나와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조작된 선거’ 주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1, 2]. 그리고 2022년 4월, 큐어넌에 영감을 받은 안티백신 단체 야마토 큐(Yamato Q)의 회원 5명이 “백신 접종으로부터 어린이의 생명을 보호한다”며 도쿄의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원을 방해한 혐의로 체포되었다[3]. 이 같은 사건들을 계기로, 일부 언론인과 학자들은 서구에서 일본으로 건너온 극단적 음모론의 확산이 야기하는 심각한 혼란에 우려를 표했다.

일본은 대중 매체에 종종 등장하는 음모론에 익숙한 편이다. 가령 세계적으로 유명한 만화 시리즈인 『진격의 거인』과 『강철의 연금술사』는 엘리트들이 역사와 기술을 음모적으로 조작한다는 내용을 핵심 줄거리로 삼는다[5]. 하지만 대중문화 이상으로, 일본의 음모론과 이를 믿는 사람들의 특징은 국제사회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는 음모론에 관한 연구가 주로 서구 국가에 집중되어 있고, 일본에 초점을 맞춘 연구의 상당수는 일본어로만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이 글은 현대 일본 내 음모론에 관한 개괄적인 소개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먼저, 관련 문헌을 검토하여 음모론을 맥락화하고, 그다음에는 저자의 현재 연구 프로젝트를 위해 2023년에 수집한 설문조사 자료를 사용하여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의 고유한 특징을 정량화한다.

현대 일본의 음모론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일본에서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이 드물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토부립대학교(Kyoto Prefecture University)의 하타 마사키(Masaki Hata)에 의한 2021년 조사에 의하면, 참가자의 약 25%가 어느 정도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대중을 상대로 한 신약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고 믿었다. 또한, 참가자의 약 27%는 주요 국제 사건들의 배후에 비밀 엘리트 집단이 숨어있다고 믿었다[6]. 이와 유사하게, 고쿠사이대학교(International University of Japan)의 야마구치 신이치(Shinichi Yamaguchi)와 와타나베 도모아키(Tomoaki Watanabe)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인구의 최대 29%가 미국은 소아성애자 조직에 의해 운영된다고 믿었고, 39%가 2020년 미국 대선이 조작되었다고 믿는 것으로 추정했다.

외국인 혐오 음모론
1980년대와 90년대 일본에서는 현대 음모론[1] [2] 이 유행했다. 아마도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1995년 살인적인 도쿄 지하철 사린 테러를 일으킨 사이비 종교 집단 옴진리교의 종말론에서 기인한 것으로, 악의적인 외국 세력이 일본을 점령하고 일본 국민을 노예화할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본의 종교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츠지 류타로(Ryutaro Tsuji)[8, 9]와 쿠리타 히데히코(Hidehiko Kurita)에 따르면, 이러한 외국인 혐오 음모론은 사이비 종교 집단이 채택하기 이전인 1980년대에 이미 오타 류(Ryu Ota)와 우노 마사미(Masami Uno) 같은 혁명적 음모론자들이 처음 제안한 것이다. 그들은 서구 음모론에 반미주의, 국수주의, 수정주의 등 일본 사회의 극좌 및 극우 이념을 결합하였다. 이들 이론의 핵심 신조는 미국, 유대인, 프리메이슨, 일루미나티, 심지어 렙틸리언에 이르기까지 외국 세력이 일본을 제2차 세계 대전에 강제로 참전시키고, 그 이후에는 꼭두각시 정부를 수립해 일본 국민을 세뇌하는 등 오랫동안 다양한 수단으로 일본 종족과 정신을 파괴하려고 음모를 꾸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후 일본의 주류 사회는 대체로 국수주의를 기피했기 때문에 이러한 음모론은 주로 책, 타블로이드 신문, 만화 잡지를 통해 유포되었다. 외국인이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생각은 독자의 관심을 끌었는데, 이는 미일 동맹에서 일본이 느낀 무력감과 록히드 사건으로 대표되는 정치적 부패에서 기인한 당시 독자들의 불안감과 공명하였기 때문이다[1].

이러한 외국인 혐오 음모론은 후에 다른 음모론자들이 받아들여 더욱 대중화하였다. 그리고 이는 시간이 흐르면서 민족주의, 인종차별주의, 포퓰리즘 등 대게 주류에서 외면받는 다른 비주류 이념들을 중심으로 공고화된 하위문화로 발전하였다.

인공 지진

또 다른 종류의 인기 있는 외국인 혐오 음모론은 일본을 강타한 대지진(일본에서는 심각한 자연재해 위험)이 외국 적대 세력의 소행이라는 주장이다. 1923년 간토 대지진부터 2024년 노토 지진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대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외국에서 유래한 지각 무기가 인공 지진[1] [2] 을 촉발했다는 유사한 음모론들이 재등장한다. 가장 정교한 주장 중 하나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그 후 발생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미국 및 미국의 ‘심층 국가(deep state)’가 일본을 약화하고 장악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주요 사건의 ‘숨겨진 원인’을 밝혀낸다고 주장하는 음모론은 다른 종류의 위기 상황에서도 등장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널리 퍼진 음모론은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의 생물무기이며, 백신은 빌 게이츠(Bill Gates)가 기획한 인구 감소 계획의 일부라고[7] 주장하였다. 더 최근에는, 2022년 아베 신조(Shinzo Abe) 전 일본 총리의 암살이 ‘내부자 소행’이라는 음모론이 돌았고, 이는 존 F. 케네디 암살에 관한 유명한 음모론을 상기시키기도 하였다.

인종 차별적 음모론
외국인과 비밀 결사 외에도, 일본에 거주하는 인종적 소수자 역시 민족주의자 및 외국인 혐오 음모론자들의 일반적인 표적이 되곤 한다. 특히 재일 한국인인 재일교포(Zainichi)는 종종 일본 제국주의 역사의 잔재인 편견의 희생양이 된다. 일례로, 이미 허위 주장임이 밝혀졌음에도 상당수 우익 활동가는 한국인들이 일본 정부와 대중 매체를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기 때문에 재일 한국인이 일본 사회에서 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터넷 시대의 음모론
2000년대 초 인쇄 매체가 쇠퇴하기 시작하면서, 일본의 많은 음모론자들은 그들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인터넷으로 눈을 돌렸다. 그중 아마도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이들은 온라인 우익 세력인 넷 우익(netto-uyoku)일 것이다. 이들은 극우 활동가들로, 앞서 언급한 여러 음모론을 비롯하여 민족주의적이고 외국인 혐오적인 담론을 인터넷상에서 공개적이고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또한, 이들은 일본 헌법 개정[2] 및 야스쿠니 신사[3] 참배 같은 논란거리를 두고 온라인에서 선동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비록 넷 우익의 수는 일본 인터넷 사용자의 2% 미만으로 추정되지만, 일본의 인터넷 환경은 대체로 규제가 없기 때문에 이들이 온라인상에서, 특히 포럼과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들의 이념을 공개적이고 강경하게 알릴 수 있다.

사람들은 이런 음모론을 믿는가?

전반적으로, 이번 설문조사 결과(그림 A)는 일본에서 음모론을 믿는 경향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선행 연구들을 뒷받침한다. 응답자의 14.2%에서 33.3%가 음모론의 내용에 따라 어느 정도는 음모론을 믿는다고 표명하였다[4]. 선정된 10가지 음모론 중에서 코로나19가 생물무기라는 주장과 존 F. 케네디의 암살에 관한 이론을 믿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으며, 응답자의 약 3분의 1은 이것들이 어느 정도 사실일 수 있다고 답했다. 야마기시 신이치(Shinichi Yamagishi)가 지적하듯, 일반 대중에게는 감춰진 ‘진실’을 나는 안다고 믿을 때 사람들은 우월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음모론이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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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믿는가?

야마구치 신이치와 와타나베 도모아키에 따르면[7], 좌익이든 우익이든 상관없이 정치적 이념을 강하게 고수하는 50~60대 대학 졸업자가 음모론에 더 취약하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여기에서 살펴볼 설문 조사 결과(그림 B)는 그 반대의 상황을 보여준다. 평균적으로, ‘믿는 사람’ 집단에 속한 응답자들은 평균 40.9세로 다른 집단 응답자들의 평균 연령인 45.8세보다 훨씬 젊었고, 이들의 정치적 이념과 교육 수준은 사실상 다른 집단과 유사했다. 이들은 온라인 우파인 넷 우익의 전형적인 특징을 가지지도 않았고, 정부를 향한 평균적인 신뢰도와 일본의 헌법 개정 및 국방 강화에 관한 의견에서도 다른 집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믿는 사람’ 집단을 다른 집단과 차별화하는 요소는 이 집단이 외국인에 대해 더 부정적인 관점을 갖는 경향이 있고(‘인종 차별적 태도’), 소셜 미디어에서 더 활발히 활동한다는 점(‘소셜 미디어 참여’)이다. 이러한 특징은 도쿄대학교(University of Tokyo)의 나가요시 기쿠코(Kikuko Nagayoshi)가 제시한 온라인 외국인 혐오자, 즉 온라인 하이가이슈기샤(onrain haigaishugi-sha)에 관한 설명과 일치한다. 나가요시에 의하면, 이 같은 적극적인 인터넷 사용자들은 외국인, 특히 중국인과 한국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하지만, 일반적인 넷 우익과는 달리 국수주의적 이념을 수용하지는 않는다. 이는 하타 마사키가 더 자세히 설명하듯, 이러한 개인들은 자신을 단순히 평범한 일본인인 후츠노 니혼진(futsū no nihon-jin)으로 규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은 정치를 경멸하고, 모든 정당과 이념으로부터 떨어져, 일상생활에서는 정치적 토론을 피한다. 하지만 이들은 우익 활동가들이 주장하는 음모론은 더 잘 수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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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발견

설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요약하면, 일본 인구의 최대 19%가 외국인 혐오나 인종 차별적 함의를 포함한 음모론을 다양한 정도로 믿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그들이 반드시 이와 같은 이념을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보다는, 나가요시 기쿠코[28]와 하타 마사키[6]의 설명처럼, 사회적 화합을 중요시하고 일상에서 정치적 의견에 관해 토론하는 것을 자제하는 경향이 있는 일본에서 음모론은 일부 사람들에게 개인적인 의견 혹은 편향을 반영하거나 전달할 방법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게다가, 저자와 동료들이 실시한 최근 연구에 의하면, 다수의 일본인이 음모론을 거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음모론을 높게 평가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비록 데이터가 음모론에 관한 믿음과 인종 차별적 태도 간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고 할지라도, 이것이 무조건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은 인종 차별주의자라는 뜻은 아니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그보다는, 이러한 발견을 통해 일본의 음모론이 가지는 사회정치적 시사점을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선 두 특성 간의 인과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추가적인 실증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는 인구 고령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이민의 문을 개방하는 기로에 서 있는 현 상황에서 특히 시사성 있는 주제라 할 수 있다.

조사된 음모론

2023년 3월, 저자는 일본인들이 실제로 음모론을 믿는지 알아보기 위해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1] 응답자 집단은 20세에서 69세 사이의 일본 성인 거주자 1,447명으로 이루어진 전국 대표 할당 표본(연령, 성별, 거주지 기준)으로 구성되었다. 응답자들은 정치적 견해 및 매체 이용에 관한 질문에 더하여, 특정 음모론을 얼마나 믿는지를 7점 척도(1점 = 전혀 믿지 않음 ~ 7점 = 강하게 믿음)로 표시할 것을 요청받았다. 이 연구를 위해 선정된 10가지 음모론은 외국인 혐오와 인종 차별적 주장부터(4개 주제: 제2차 세계 대전, 꼭두각시 정부, 한국인, 인공 지진), 코로나19(2개 주제: 생물무기, 인구 감소), 국가 지도자 암살(2개 주제: 아베 신조, 존 F. 케네디), 트럼프(1개 주제: 큐어넌), 기후 변화 부정(1개 주제: 기후 변화)에 관한 이론까지 다양했다.

“미국 및 미국의 ‘그림자 정부’는 일본의 우월한 민족정신을 파괴하기 위해 제2차 세계 대전에 일본을 강제로 참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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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방법

각각의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을 파악하기 위해 2단계 군집 분석[6]을 실시하였는데, 10가지 음모론에 관한 믿음의 정도를 기준으로 응답자들을 각기 동질성을 가진 집단으로 분류하였다. 분석 결과 4개의 뚜렷한 집단이 도출되었다. 다양한 음모론에 관한 응답자들의 믿음의 정도에 따라 도출된 집단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믿지 않는 사람” (23.7%): 이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모든 음모론을 거짓으로 판단하고 이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무관심” (32.7%): 이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음모론에 무관심하며, 강한 신뢰 혹은 불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호기심으로 믿는 사람” (24.7%): 이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대부분의 음모론을 믿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대중적인 음모론(코로나19 생물무기 및 존 F. 케네디 암살)에 관해서는 더 수용적인 태도를 보인다.

 “믿는 사람” (18.9%): 이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다른 집단에 속한 사람들에 비해 선별된 모든 음모론을 믿을 가능성이 더 높다.

‘믿는 사람’의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일원 분산 분석(one-way ANOVA)[7]을 사용하여, 그들의 개인적 의견 및 사회인구학적 배경을 다른 집단과 비교하였다. 비교 매개변수에는 나이, 교육, 성별, 정치적 성향[8], 정부에 대한 신뢰[9], 소셜 미디어 참여[10], 인종 차별적 태도[11], 헌법 개정에 관한 의견[12]이 포함되었다.
 

저자

존 W. 쳉(John W. Cheng)은 일본 쓰다주쿠대학교 인문학부 문화간 의사소통 전공 부교수이다. 와세다대학교에서 국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ICT와 미디어의 사회적 영향을 연구 주제로 삼는다. 현재는 코로나 이후 시대의 정보 과제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그의 연구는 「Health Communication」, 「Telecommunications Policy」, 「Telematics and Informatics」 그리고 「Asi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등 다양한 학술 저널에 게재되었다. 존 W. 쳉은 IEEE, IET, ITS, JSICR의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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